오늘 응답하라 1988이 끝났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나와 같은 1971년생들이다.
우리는 아날로그로 자랐고, 성인이 되어 디지털로 변화한 세대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현란함과 속도보다
자라면서 접한 아날로그에 더 향수를 느끼고, 아련해 한다.
응답하라 1988의 사랑이야기도 그렇다.
나는 택이가 좋았다..
빙그시 웃어주며, 사랑을 키우다가
자신의 사랑앞에서 결정적인 택이가 좋았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정환이 같은 사랑을 한 거 같다.
그래서 정환이가 아련하다.
사랑앞에서, 우정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상황이 더 나빠질까 두려워 망설기만 하다가 지나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택이 보다 늦게 도착한 정환이는 덕선이를 접는다.
정환이가 자신을 탓하며 읊조리는 혼자말이
와닿는다......
가슴속 깊이 와 닿는다..........
그리고 그런 망설임으로 보내버린 내 젊은 날의 시간들도.......
아련히 건져진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미련은 없다..
그리고 혼자서 삭이는 시간들을 마주하며 "괜찮다"를 되뇌이고.....
정환이가 아련하다...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이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여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날 한번이라도 도와줬다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 앞에 서있을지 모른다.
내 첫사랑은 늘 그 거지 같은, 그 거지 같은 타이밍에 발목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빴던건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였다.
인생은 초콜렛 상자와 같다. 열어보기 전엔 무엇을 잡을지 알수 가 없다.
쓰디 쓴 초콜렛을 집어든대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후회할 것도, 징징 짤 것도, 가슴 아플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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