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도봉산 자락들

22. 1. 19 눈이 펑펑온다. 석굴암을 가려다 회룡사로 간다.

운동화 2022. 3. 31. 12:51

오랜만에 9시 칼퇴근을 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눈이 온다. 

눈이 굵어지고 세차다..  오늘은 소원성취하는 날이다.

눈오는 산, 눈덮힌 산을 가야지 하고 맘먹고 버스에 올랐다.

집에 오니 새로 주문한 롱패딩 잠바가 와 있다.

오늘 개시 해 볼까? 새잠바라 그렇지만 그래도 눈을 환영하러 가자.

석굴암을 가기로 맘먹고 간다.

북한산 초입은 눈으로 입산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눈이 산을 덮었다. 환상이다. 

김영호씨에게 전화했다. 

나 눈이 펑펑오는 산속에 있다. 온통 하얗고 무채색이야... 잿빛이야...

김영호씨 석굴암 가지말고 회룡사로 가라고 한다. 

차칸 마누라 회룡사로 발길을 돌린다.

근데 이게 신의 한수였다.

눈이 오는 절집은 아무도 없고 오직 눈만 내리고 있다. 그 속에 있는게 하보영 이다.

이런행운이.... 절집 마당은 눈으로 하얗다.. 그곳을 차마 밟지 못하고 삥 둘러 보고 있다.

그냥 좋은 날이.  이런 날이 있구나... 

그룹홈, 집만 오가는 생활속에서 이런 날을 내게 주는 구나...

절집에서 나 혼자 신나게 지내는데 비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같이 올라오는 길을 쓸었다.  눈을 쓰는 것도 신나고 좋다. 

계곡마다, 나무마다, 돌마다, 내려 앉는 눈을 보면서 마냥마냥 신났다.

 

그러다 적막이 깨진다.... 눈을 치우는 모터소리가 요란하다. 

내려오는데 핸드폰이 꺼진다...  내려오는 길은 눈이 그치고 해가 얼굴을 내밀고 하늘이 파랗다.

난 여태 어디에 있다 온거지? 2시간만에  눈이 그치고 세상이 바뀐 느낌이다. 

꺼진 핸드폰을 열어볼수가 없다. 거긴에 내가 마냥 행복해 한 세상이 가득 담겨 있는데..

얼른 집에 가서 핸드폰을 살려야지...... 내가 일장설몽을 한것이 아니라는....

오늘은 눈이 온 환상의 날이다. 

 

산 초입의 회화나무. 이 나무의 눈덮힌 풍경을 찍게 될 줄이야...

마른 단풍잎들은 눈꽃을 담고 피어난다. 

눈 내리는 산속에 나 혼자다. 펑펑오는 눈이 반갑고  내 마음도 도화지가 되어 간다. 

눈이 바위에 산수화를 그려놓았다. 명작이다. 

솔가지도 눈꽃을 담고~

온통 잿빛속에서 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원색의 연등들은 마치 희망 같기다 하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을 감히 내딛지 못하겠다. 

사진으로 이리보니 나도 늙었다. 눈가에 주름이 많다.  근데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다.

50년을 넘게 사니 사는데 생기는 요령있어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오늘같은 날이 있을까? 지금은 나의 봄날이다. 오롯이 나를 위해 지내는 시간이고 즐거움이다. 

요즈음 자신감을 잃은 딸래미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