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나들이

아버지 일기장.

운동화 2013. 4. 14. 12:32

대구에서 아버지 일기장을 모았다.

 딱히 정해 좋은 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빈 노트에다 꼬박이 적어 놓으셨다.

내가 알기로는 아버지 일기가 중풍이 오시고 부터 쓰신걸로 아는데 아니었다.

대구집을 떠난 지방으로 전근을 가시면서 부터 쓰시기 시작하셨다.

아니다.. 훨씬 전이구나..

세로로 써 내려간 아버지의 대학때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몰래 읽었던 기억도 있다.

교복망토를 잃어버린 이야기며, 등록금 걱정이야기, 이천쌀밥이 맛있다는 이야기등등...

아버지 대학교때 일기장은 찾기를 못했구나....

 

이번에 공책을 정리하면서 처음 의성으로 전근을 가셨을때 일기를 찾았다.

아버지의 일상을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가족과 집에 대한 외로움의 시를 보았다.

공감이 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한참 대학을 다닐 때 나를 보고 계시는 아버지의 시선을 일기를 통해 알았다.

내개 보여준 아버지와는 또다른 것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당황했다.

나는 아버기가 그래도 나에게 기대가 크신즐 알고 자랐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수더분한 딸에게 만족을 하고 계셨다.

무엇을 하겠다고 해놓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는 것을 흐믓해 하고 계셨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엄마가 계속 보고 계셔서 그냥 두었다.

엄마도 일기를 쓰고 있었다.

유독 얼룩진 종이에 쓰여져 있는 일기 제목은 " 영감..보낸날" 이었다.

 

지난 온 일상들을 되돌아 보며, 한발 물러서 그 상황을 되새기는데 그냥 마음이 짠하다.

결혼을 하고 시집을 와서 살면서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고..남편과는 그냥 데면데면 해지면서

나는 왜 이렇게 멀리 시집을 왔지... 하면서 수없이 되뇌었다.

그냥 엄마 가까이 살껄 하면서.... 그러면서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향수" 인가 보다 했다.

아버지 일기장에 고독이라는 시가 있었다.

 

고독

 

소주한잔에 취하고 보니

길은 좁고, 산도 좁고, 가까운 이 곳

적막이 감돌아 마음은 외롭기만 한데..

하숙집 테레비가

내 마음을 떠드네

 

멀리 내 집은 대구에 있고

더욱 고향은 그보다 먼 시골인데

나는 왜 오늘도 이 곳에 누웠는가?

정든 님 보고파, 아들 딸이 보고파

타향이 외로운가?  마음이 외로운가?

먼 이국처럼 외로움이 스며드네

 

힘은 봄이고, 산은 파릇하고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인데

하숙집 외로움이

인생을 더욱 한 없이 고독하게 만 하네

취한 술에 정든님 보고프고

깊어가는 밤이 외로움을

외로움을 더하네

 

                               1988. 3. 23  밤   하숙집에서 술 한잔에 취하며...

 

이 시가 쓰여진 일기장을 한참으 넘기지 못하고 그냥 계속 읽었다..

그리고 자꾸 생각한다.

아이들이 크면 그냥 대구나 경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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