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글적

기영이를 만나다...

운동화 2012. 2. 24. 01:55

퇴근하다 기영이를 만났다.

집이 상계동인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사는 줄은 몰랐다.

신호등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뛰는 녀석을 보고

 

- 우와~ 기영이다!!!

 

하고 하니 얼른 멈추어서서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눈이 동그라져 손으로 나를 가리킨다.

그리고는

- 장보러 나왔냐? 

- 이시간에 장은~ 글구 장보러 방학동에서 상계동까지 오냐?

  퇴근하는 중!!  동천에서 격일로 일해~

  너 오늘 출근 안했니?  근데 왜 이리 급하게 가?

- 우리 아이가 독감걸렸는데... 타미플루 먹어.... 열이많이 나서 출근안했다...

 

손을 보니 약봉지가 들려있다.

ㅋㅋㅋ 이녀석도 아버지가 되었구나... 피식 웃는다.

 

- 아참 너두 아빠구나!!!   얼른 가봐~ 

 

손을 한번 쉬이 흔들어주고 신호가 바뀔때 까지 웃으며 보다가 뛰어간다.

 

대학동기 특히 남자 동기들이 부모가 되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 웃는다.

그들이 고민하는 철없는 청춘들을 봐왔기에..... ㅋㅋㅋㅋ

 

대학가서 1학년때 수험번호가 빨랐다는 이유로 과 부대표가 되었었다.

과회비를 거두는데 개강하고 한달이 지나도록 한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두녀석이 있었다.

그 중 한녀석이  백기영이다.

원하는 대학에가지 못하고 2차에 부모가 권하는 과를 수석으로 들어온 녀석이다.

과가 맘에 들지 않는지... 재수를하려고 했는지... 학교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과회비를 전부 거두리라는 집념에 전화를 아주 많이 했었다.

나중에 백관장님(기영이 아버지)이 강의를 하시면서 출석을 두번 부르셨다.

이유인즉  기영이가 <하보영>이라는 이름에 빨간줄을 그어놓아 누구인지 궁금했단다.

기영이는 하도 전화를 많이 해서 저주의 빨간줄을 그었다고  했다.

 

암튼 그와중에 과회비를 받아내고 5월 축제의 달이 되었다.

파트너를 해달라고 했다. 새삼스럽게 파트너는~ 그냥 와~ 라고 하고 퉁퉁거렸는데.....

술도 못먹는 녀석이 많이 마시고 평상시의 기영이 같지가 않아 같이 있어주면서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얼마전에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그말을 하는 기영이 눈이 참 공허했다.

참 안됐었는데....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른 남자 땜시 고민하는 과동기의 투정을 받아주며

술먹으면 등두드려주고 하다가 둘이 사귄다고했다.

 

동기들 중에는 내가 제일 먼저 결혼을 했다.

남자동기들 중에 유일하게 기영이가 결혼식에 왔었다.

사귀던 여자동기의 결혼소식이 들려오고....

기영이에게 " *** 결혼식에 갈꺼야? "하니

"아니~" 라고했던 기억이 있다.

 

충현복지관에 민섭아빠가 갔을때 기영이도 결혼을  했다고 했다.

나보다 민섭아빠를 더 맘에 들어했던 녀석이다.

그리고 딸래미와 와이프가 우리집에 한번 놀러왔었다.

기영이 와이프가 참 궁금했었는데...  조신한, 참한 현모양처 같은사람이었다.

 

근간에는 페이스북에서 간혹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오늘 아버지가 된 기영이를 만났다.

나나 기영이나 모습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기영이도 대학 다닐때 그 머리 그 스타일에 늙지도 않았다.

근데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 있었다.

딸아이가 아파서 출근을 안 한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사랑에 고민하고, 진로에 고민하고, 삶에 고민하는 청춘들이

부모가 되면서 모든 것이 간단히 정리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언제  기영이랑 맥주 한잔 하자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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